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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었던 사진쟁이의 시간들을 정리하며 하는 사징끼 이야기 – 둘

Photo-Brother KWON 2019. 5. 12. 22:23

 

길었던 사진쟁이의 시간들을 정리하며 하는 사징끼 이야기 – , 이종교배 이바구

 

 

이종교배, 다른 말로 하면 렌즈잡종질? 너무 싸구려 느낌인가?

 

하이브리드(hybridization)라고, 혹은 크로스(cross)라고, 좀 고상스럽게 말해볼까? 한참 더 나가서 아예 콜라보(collaboration)라고 해버릴까? 허긴 뭐 그런 고민을 왜 해야 하지?

 

그런데 말야, 웹에 글 올리면 누군가는 봐줘야 하잖아? 그럴려고 쓰는 거잖아. 너무 동떨어지게 제목을 정하면 검색에 뜨지도 않더군! 좀 마음에 안 들어도 많이들 쓰는 언어로 제목을 쓰고 태그를 걸어야 소외되지 않을 테니 말이야..

 

사실 이종교배가 대중화된 건 얼마 되지도 않았어, 마운트 섞어쓰기를 가능하게 해준게 어댑터라는 건데, 그게 처음엔 좀 고급진 장난이었거든. 어댑터 종류도 몇 없었고 맞춰서 쓸 수 있는 것도 몇 가지 안됐지.. 게다가 값도 하품나게 비쌌었잖아? 어떤 건 하나 값이 몇 십만 이었거든.. 지금도 어떤 건 그래, 어쨌든 이종교배는 미러리스(특히 소니)의 등장 덕에 꽃 핀거지 뭘. Mirror가 여러 기능을 하는 SLR의 프린지백은 미러기구만큼 길고 멀기때문에, 렌즈와 이미지센서 사이의 거리가 짧은 미러리스가 그 길이를 대체할 수 있었거든. 그래서 옛 필름카메라의 다양한 렌즈들을 마구 사용할 수 있게 해 준거단 말이지.

 

 

 

 

 

 프린지백 길이의 여유 다음으로 이종교배를 수월하게 만들어 준 건 라이브뷰였어, LCD패널에서 부분확대, 초점도우미가 있게 한 소니 E마운트는 선제적이었고 사용상 편의도 발군이었단 말이야.

전자칩으로써 삐릭삐릭 초점 맞추던 때 진짜 많이 갑갑했었잖아?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스프릿이미지, 마이크로프리즘링, 매트스크린 등 초점을 맞추기 위한 장치가 있었지만 그것의 정확도는 찍는 사람의 시력이 관건이었거든.. 아무튼 라이브뷰, 그건 내게 혁명이었고, 부분확대 촛첨도우미는 내가 마구잡이로 수동렌즈들을 모으게 만든 원흉이야.

게다가 중국에서 다양한 어댑터들이 줄줄이 만들어졌어, 그리고 값싸게 살 수 있게 된 후에 거의 모든 옛카메라의 렌즈들이 이종교배용 렌즈로 동원됐다고 말할 수 있어.

그래서 허겁지겁 모은 렌즈들이 다섯 개의 제습 보관함에 가득했었단 말이야, 그렇지만 그걸 하나하나 집중적으로 쓰면서 맛을 본 적은 별로 없었어. 그냥 가지고 있는 것에만 행복해 했었지.

지금 난 그것들을 이리저리 처분하느라 실로 바빠. 사실상 보관하고만 있는 게 더 어려웠거든. 오래된 렌즈라서 제습함 속에 보관했는데도 곰팡이가 피기 시작되는 등 오염이 일어나기 때문이거든. 그래서 자주 쓸 사람들에게 빨리 나누는 게 최상책이라고.. 그런데 헐값에 막 퍼내는 것도 힘들어. 모든 사람이 수동렌즈 제어에 다 능숙하지도 않고, 또 그 오래된 렌즈의 특징을 즐기며 쓸 사람도 드물기 때문이야. 이것들의 임자를 다 찾아줄 동안 나 많이 늙게 생겼어.

 

 

 

 

지지난 주 M42마운트 TAKUMAR 200mm를 팔았었는데 되돌아왔거든. 밝기f3.5 대구경이라서 몸체 크기가 만만찮은데, 거창한 후드까지 엄청 크게 보이는 거야. 샀던 그 사람은 그거 익숙치 않았었나봐. 뭔가 가려진 사진 나온다고 찍은 걸 보내왔는데, 그건 사실상 렌즈 탓이 아니고 잘 못 찍은 거였거든. 그거 일일이 밝혀주자면 피곤해, 그냥 받은 돈 되돌려줬어. 뭔가 마음에 안 들거나, 자기가 상상한 게 아니니까 물리고 싶었을 거야. 그런 건 인간의 원래 심성이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거지 뭘!

 

 

 

 

그 타쿠마 M42렌즈는 135mm도 있어서 그 덕분에 두 형제를 같이 들고 나가서 오래간만에 가수리 뼝대에 있는 동강할미꽃을 찍게 됐거든. 렌즈 참 괜찮구만, 이게 왜 이렇게 싸구려가 됐는지.. 관리가 힘들어서 싸게 처분하려는 데 그냥 아쉽지 뭘! 누군가 잘 써줬으면 좋으련만..

두 렌즈로 찍은 실제 사진 몇 장, 워낙 최근접 촬영거리가 멀어서(200mm_2.5미터/135mm_1.5미터) 불편하긴 많이 불편하구만, 피사체 앞에 걸리는 것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그냥 찍을 수밖에 없구먼, 그래도 렌즈 해상도는 괜찮아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