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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해를 보내며 나들이를 결행한 두 전시회 이야기– 이현정 “숨-意味心臟 展” 본문
묵은 해를 보내며 나들이를 결행하여 두 전시회에 거푸 다녀왔습니다 – 이현정 “숨-意味心臟 展” 이야기
상황1) 谷城安居로 온지 7개월이나 지났다, 웬걸 COVID-19라는 놈 때문에ᆞ덕분에 세월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무감하여 심신이 많이 무디어졌음을 느낀다.
지난 번 金溝에 살던 집도 그랬지만, 옛날에 지어진 구옥에 살려면 거북처럼 목을 접어야만 머리통이 안전하지 않을까? 할 정도로 드나드는 문틀 높이가 낮아서, 한껏 자세를 낮추어야 머리를 졸지에 가격당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주 자주 머리를 가격당했고, 그러다 보니 당하지 않겠다는 조심성을 갖고 한껏 몸을 낮추고 다님에 익숙해질 무렵엔, ‘아~ 이것이 몸을 낮추고 겸손하게 살아라’ 하는 계시로구나 생각하고, ‘늘그막에 내면적 수양한다’라고 조금은 위안 삼으며 잊어먹고 살았는데, 어느날•마침내•갑자기,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것저것, 이짓저짓 하느라고 무심하게 그 낮은 문들을 들락거리던 중에 에그~ 한번 크게 부딪치고 말았다. 핏기가 슬쩍 배어날 정도로 부닥친 것인 데다가, 마침 마음 속 왠 불만도 있었던가봐, “에이 쒸! 나한테 왜 그래(크게!), 내가 뭘 잘못했냐? 왜 때리고 JIRAL이냐!!”
상황2) 말이 좋아 安居이지,
어쩌다 한번 여름벌레 밤소리 들으며 촌집의 시쿰한 냄새에 코가 무디어 질쯤 잠들었던 기억 정도가 좋지.. 봄여름가을 그냥저냥 살다가, 겨울에 들어서면 그새 못 느꼈던 작은 틈새들로 날카롭게 들이치는 한기에 견딜 장사는 없다. ‘그래, 이게 한옥의 장점이야, 벽이 숨을 쉬고 바람도 통하게 하니 몸건강에 좋은게야.’ 하던 호기로움을 얼른 버리고, 바로 철물점에 가서 비닐 열마쯤 끊어다가 둘레둘레 걸듯이 막아놓으면 그나마 찬바람이 신기할 정도로 약해진다.
그 비닐 둘러친 모습이라도 좀 빤듯하면 좋으련만 허름한 구옥에 썩어가는 나무들에 야무지게 뭔가를 붙이기는 참으로 힘들다. 그냥 두루뭉실 둘러칠 뿐이다. 겨울 촌집의 그 두루뭉실한 비닐 옷은 그나마 한기를 줄여주기는 하지만 보기에ᆞ 느끼기에 구차하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억눌러진 현실이다.
상황3) 한때 중국무협소설에 심취하여 닥치고 읽어제끼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엔 당연히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의 김용(金庸)이지만, 내 시절에는 와룡생(臥龍生)이 최고였다. 경공법 답설무흔, 등평도수 뭐 그런 무공초식의 그 수많은 이름들이 그냥 입에서 줄줄 나올 정도였으니, 무협지에 얼마나 빠져서 살았는지 짐작될 것이다.
무협지가 그렇게 좋았던 이유는 아마도 마음 속에 잠재해있었던 부정한 사회와 기회의 불평등함에 대한 막연한 반감에서 나온 소심한 대응이었을 것 같다. 도무지 벗어날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늘 어두운 터널같이 연속되던 청춘이었으니까.
소설 속의 주인공이 최강의 무림고수가 되어가는 지난한 역정,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은 유난히도 안풀리고 꼬이기만 한다. 최고수의 무공을 가졌음에도 속임이나 계책에 빠져서 당하고, 그런데도 상대에게는 같은 수법으로 비열하게 굴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반칙하지 않고 살려니 어렵고 갑갑한 나와 늘 오버랩 되지 않았었나 싶다. 어렵게 어렵게 그 위기를 벗어나고 쨘~ 하고 마침내 최고가 되고, 나쁜 수법 없이, 당당한 내 무공을 펼쳐서 正의 세계로 되돌리는 그 소설, 정파가 결국은 이기는 내용들에서 얻는 대리만족과 막연한 희망이 열독의 이유였을 것이다.
상황4) 내공 있는 여자 이현정 개인전에 왔다.
나는 意味心臟하게 숨을 누르며 ‘이현정의 김치’ 앞에 빨려들 듯 한참을 서있었다. 가장 눈길을 끌라고 그렇게 조명을 밝히고 그렇게 걸어놨기 떄문이었을까?
설치작을 보면서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한 올 한올 느린 뜨개질로, 심장을 짜나가고, 매달고, 의미심장한 색깔들로 또 만들고, 또 매달고, 의미심장하게 선들을 즈려 널고.. 그 첫 뜨개의 바느질부터의 지루하고 굼뜬 과정들이 작가 혼자만의 퍼포먼스가 아니고, 관객과 함께(코로나방역에 합당한 방법으로) 해나갔어야 더 좋은 전시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지루한 그 과정을 못 견디며, 짐작 못할 의미 때문에 집중하지 않고, 같이하지도 않을 거야”라는 예단을 하여, 미리 접어놓고 자기끼리만 놀지 말자는 얘기이다. 나는 이현정 작가를 퍼포먼스 판에서 자주 보고싶다.
이현정 개인전 [숨 - 의미심장意味心臟] '엉클어진 시
간을 풀어 다시 쓰는 심장'
전시기간: 2021.1.28.(목).~2.17(수)
운영시간: 13:00~18:00 (설연휴, 화요일 휴관)
전시장소: 아트잠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242-11)
김치 같은 심장, 심장 같은 김치. 이현정.
김수진(시각예술가, 아트잠실운영자)
아트잠실은 2021년 1월28일부터 2월17일 까지 자신을 반영한 사물을 통해 강한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전달하고자 설치,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 이현정작가의 개인전 [숨:의미심장] -엉클어진 시간을 풀어 다시 쓰는 심장- 을 주최한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과거로부터 현재의 자신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은 회화작품 ‘김치’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전통적인 오일 페인팅의 형식을 취한 ‘김치’는 그저 침묵하고 순응하는 삶을 살아오던 작가가 다시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자신의 행위와 신념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 위하여 스스로를 씻고 자르고 염장하는 과정을 거쳐 온갖 양념에 버무린 후 그릇에 담기기 전 도마 위에서 배를 가른 채로 모습을 드러낸다.
숨죽여 절여있지만 갓 잘려져 조금 흐르기 시작한 김칫국물은 너무나 신선하고 당당하게 느껴진다. 자신의 속을 다 내보이고 우리 앞에 펼쳐 져 있지만 우리 신체의 모습을 연상시켜 마치 내 속을 거꾸로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을 받게 된다.
(절여진 김치는 질겨지고 강한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숨을 죽이려고 했지만 더욱 강하고 질겨지는 경험은 지나온 작가의 삶의 과정에서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살고자 하는 절박함이 항상 함께 했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자신의 상태를 아직은 빠져 나갈 수 없는 터널에 비유했다. 계단 밑에 설치된 ‘사용 되어진 시간’에서는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 앞으로 달려가는 영상이 보이다가 어느 정도 끝에 다다랐다고 생각될 즈음 거꾸로 되감아져 시작지점으로 돌아오는 상황이 무한 반복된다. 12시간 마다 반복되는 괘종시계 바늘의 움직임처럼.
이번 전시 [숨:의미심장]은 작가의 자의식의 변화과정에 주목하여 기획되었다. ‘숨’은 살기 위한 최소한의 행위이기도 하지만 김치를 그릴 당시 과거의 이현정이다. 우리는 김치를 절일 때 숨죽인다고 한다. 또한 작가의 지나온 숨죽인 삶을 암시하기도 한다. 김치를 그릴 당시가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고 작품을 통해 회복해 나가는 단계였다면 설치작품 ‘엉클어진 시간을 풀어 다시 쓰는 심장’은 지금의 이현정이다.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가슴이 저려 왔을 때 돌아가신 분께 상징적인 생명을 전하고자 직조한 심장은 오히려 자신을 살리기 위한 것이 되었다. 자신의 고통, 열정, 욕망, 화 등이 엉켜있는 실 덩어리를 살살 풀어 고리를 잡고 다른 고리에 연결하며 작가는 생의 에너지를 느꼈다고 한다. 실로 짜여 진 심장은 의외로 단단했으며 마치 혈관처럼 뻗어 나와 있는 실들은 다른 심장들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뜨거운 심장을 가질 때도 차가운 심장을 가질 때도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수많은 관계 속에서 다양한 모습과 태도를 가지고 살아간다. 자신의 심장이 지금 붉지 않더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면 다시 붉어 질 수 있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작가는 심장을 직조하며 자신을 삶의 주체로 더 나아가 감히 생을 주관하는 창조자의 마음을 누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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